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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나무 서기

dEtH 2010. 5. 23. 22:36
http://www.hannal.net/blog/stand_on_head_01/

이야기 시작하며

물구나무는 피로 회복에 꽤 효과가 있어서 잠깐(15~20분) 자는 것 못지않게 피로가 풀리고 기분이 상쾌해진다. 또, 삐뚤어진 어깨와 허리 선을 잡아주는데 도움을 주며, 위와 장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또한, 어깨와 허리를 튼튼하게 해줘서 무릎, 어깨, 허리 건강에 좋다.

물구나무 서기는 쉽지 않은 동작이지만, 생각보다 어렵진 않다. 이참에 물구나무서기를 잘 배워서 좋은 효과들을 만끽해보자. 이번 글은 손바닥으로 물구나무를 서는 동작에 대해 설명한다. 팔꿈치로 서는 것보다는 어렵지만 성취감이 크다.


잘못된 편견

  1. 균형감만으로 설 수 있다. → 균형감은 아주 중요하지만 땅에 붙어서 버틸 힘이 전제되어야 한다.
  2. 팔을 넓게 벌려 땅에 닿는 면적이나 공간을 넓혀야 안전하다. → 힘이 넓게 분산되어 힘이 많이 들어 더 힘들다.
  3. 손아귀 힘이 세면 그만이다. → 어깨가 버텨주지 못하면 팔이 몸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복근과 허리가 약하면 균형을 잡기 힘들다.
  4. 뒤로 넘어질 것을 대비해 머리는 바로하거나 앞으로 당기는게 좋다. → 머리를 등쪽으로 젖히지 않으면 다리가 뒤로 넘어가는 걸 잡지 힘들다.
  5. 피가 역행하기 때문에 몸에 해롭다. → 몸에 고인 피를 순환시키는 등 이로운 면이 많다.

물구나무 서는데 도움이 되는 단련

물구나무서는 요령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다리로 서있는 것과 원리가 비슷하기 때문에 다리로 서있는 자세와 비교하면 이해하기도 쉽다.

바로 서있을 때 몸의 무게 중심은 골반이다. 윗몸 무게는 S자로 휜 척추를 타고 마징가 머리처럼 생긴 골반으로 퍼진다. 허리나 골반을 다치면 윗몸 무게를 잡아주고 지탱해줄 곳이 약해지기 때문에 서있기 힘들고, 시간이 계속되면 허리 및 골반 증상이 다리를 타고 내려와 무릎이나 발목에 아픔을 느끼게 된다.
물구나무를 서면 양상이 달라진다. 위에서 내려오는 무게를 땅으로 퍼뜨려줄 부위가 서있는 자세와 비교했을 때 너무 아래로 내려와 있는 것이다. 위에서 내려오는 무게를 퍼뜨려 흔들림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래에서 감당할 수 있는 무게보다 더 무거운 무게가 위에 있으니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팔과 손목, 어깨를 강하게 해야 한다. 다리가 부실하면 서있기 힘든 것처럼, 물구나무섰을 때 다리 역할을 하는 팔과 손이 약하면 물구나무를 제대로 설 수 없다.

물구나무를 잘 서기 위해서는 손아귀, 손목, 팔꿈치, 어깨를 단련해야 한다. 말이 거창해서 단련이지 사실 꽤 간단하다.

손은 땅바닥을 움켜쥐는 힘이 필요하다. 팔과 손은 발이나 다리보다 약하다. 애초 쓰임새가 다르기 때문에 그렇다. 발은 다리를 타고 내려오는 무게를 땅으로 퍼뜨려 흘려주면 그만이고 그에 맞게 생겼지만, 손은 팔을 타고 내려오는 강한 무게를 견딜 수 있게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물구나무설 때 손을 발처럼 단지 땅을 디디고 있는 정도로 쓴다면 손가락이나 손목을 다칠 우려가 있다. 왜냐하면, 물구나무를 설 때 무게 중심점을 이리저리 옮길 때 어깨와 머리, 다리로 하는데, 이 부위들을 움직여 무게 중심을 옮길 수 있게 하는 최하위 단위이자 부위가 손과 손목이기 때문이다.
손아귀 힘은 악력기를 이용해서 쉽게 키울 수 있다.

손목, 팔꿈치는 팔굽혀펴기 운동으로 단련할 수 있다. 팔굽혀펴기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손목 단련엔 주먹 쥐고 팔굽혀펴기를 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팔꿈치는 딱히 구분없이 팔굽혀펴기 자체가 팔꿈치 단련에 도움을 준다.

어깨는 팔굽혀펴기로도 강해지지만, 아령을 들고 만세 하듯 팔을 들었다가 팔꿈치를 어깨만큼 내리는 식으로도 단련할 수 있다.

벽에 기대어 물구나무서는 요령

이제 물구나무서기를 연습할 준비는 어느 정도 충분하다. 좀 더 빠른 발전을 바란다면 배 근육과 허리 근육 운동을 하면 좋다. 배 근육(상, 하 복근)과 허리 근육이 단단해지면 아랫몸(하체) 무게를 허리와 골반에서 제어할 수 있어 물구나무설 때 어깨와 팔에 실리는 무게 부담이 한결 가벼워진다.

물구나무서는 것이 두렵거나 익숙지 않다면 벽에 대고 연습하는 게 안전하다. 아직 거꾸로 서는 균형 감각이 머리에 새겨져 있지 않기 때문에 다칠 수 있다.

벽에 대고 물구나무를 선다면 벽에서 30~40cm 정도 떨어져 선다. 이 거리는 사람마다 목 길이, 머리 크기, 키에 따라 다르다. 벽을 등지고 서서 머리를 뒤로 젖힐 때, 발뒤꿈치 힘을 빌리지 않고 허리 힘만으로 젖혀서 벽에 살짝 닿는 정도 거리가 좋다.

이제 벽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벽을 바라본 채 선다. 손바닥을 발 있는 곳에 댄다. 손가락은 넓게 펼쳐서 땅을 움켜쥐는 기분으로 댄다. 손을 옆쪽으로 벌리거나 안쪽으로 오므리면 손목에 무리가 온다. 팔은 어깨 넓이보다 조금 넓게 벌린다. 너무 넓게 벌리면 손목을 다치거나 손바닥이 땅 바닥에서 미끄러질 수 있다. 다리로 치면 열중 쉬어 하는 정도로 팔을 벌린다. 서서 이 정도 간격으로 팔을 벌리면 넓게 펼친 것 같지만, 막상 이 정도 간격으로 팔을 벌린 채 손바닥을 땅을 대면 너무 간격이 좁아 옆으로 쓰러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그러나 이 정도 간격이 적당하니 겁먹진 말자. 몸이 유연하지 않다면 손바닥을 땅을 댄 채 다리는 뒤로 보내도 된다. 굳이 손과 발을 같은 선상에 두려고 낑낑거릴 필요는 없다.

발로 땅을 차서 다리를 위로 올릴 차례다. 벽이 있으니 겁먹지 말고 자신있게 차올리자. 이때 팔에 힘을 쭉 빼고 있으면 발을 위로 차올리자마자 옆으로 넘어진다. 그러니 앞서 말한대로 손바닥은 땅을 움켜쥐고, 삼두근(알통이 앞쪽이라면 알통 뒤, 팔꿈치와 날개 근육 사이)에 긴장을 주면 안정감 있게 벽에 기대어 물구나무를 설 수 있다.

물구나무를 섰다면 머리를 등 쪽으로 젖히자. 땅바닥이 보일 것이다. 기왕이면 자신의 손보다 좀 더 벽 쪽을 보자. 양손과 눈이 도착한 점을 선으로 연결하면 삼각형이 그려진다.

양 발은 맞붙여 하나로 주욱 뻗자. 좋다. 그 자세가 안정감 있는 물구나무서기이다. 바르게 잘 섰다면 어깨, 팔꿈치, 혹은 손목 같은 특정 부위로 무게가 실리지 않고 팔 전체에 무게가 실리는 느낌이 온다. 만일 손목, 팔꿈치, 혹은 어깨 등 특정 팔에 무게감이 느껴지거나 힘이 실리거나 아프면 자세가 잘못됐을 가능성이 크다. 배 근육과 허리 근육이 잘 단련되어 있다고 생각이 든다면 다리를 양옆으로 벌려서 균형을 잡아도 좋다.

벽에 기대지 않고 물구나무서는 요령

벽에 대고 물구나무를 3분 정도 설 수 있다면 이제 벽에 기대지 않고 홀로 물구나무를 설 준비가 됐다고 보면 된다. 여자는 3분까지 버티기 아주 힘드므로 1분 만 버텨도 된다.

벽에 대고 안정감 있게 물구나무를 서있을 때 몸통과 팔에 힘이 실리는 느낌을 잘 되살려 서면 된다. 단, 벽에 대고 할 때처럼 제비 넘기라도 하듯이 발로 땅을 너무 세게 박차면 서기도 전에 몸이 뒤로 넘어간다. 엎드린 자세에서 발 하나를 위로 들어올리며 서서히 몸을 일으키고, 그 상태에서 부담없이 슬쩍 땅에 닿은 다리로 땅을 박차면 쉽게 다리를 위로 들어올릴 수 있다.

벽 없이 물구나무를 설 때 가장 중요한 건 자신감과 용기이다. 대부분 뒤로 넘어져서 다치는 것을 두려워한다. 당연히 두려운 일이지만 약간만 신경을 쓰면 물구나무서다가 크게 다칠 일은 거의 없다.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말이다. 하지만, 이 용기는 쉽게 생기지 않는다. 그럴 때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자. 물구나무를 설 때 내 몸이 넘어갈 것 같다 싶으면 재빨리 다리를 잡아줘서 넘어지지 않게 해줄 사람이 있고, 이런 도움을 받으면 금방 물구나무서는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다.

문제는 물구나무서는 사람의 다리를 받아줄 사람이 겁을 먹고 자신의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발을 보고 피하는 사태이다. 참 난감한 경우이다. 발을 잡아주는 사람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발을 잡아주면 된다. 자신에게 날아오는 발을 보면 겁을 먹고 자신도 모르게 손을 가슴 깨에서 내뻗는데, 이 위치는 물구나무서는 사람의 무릎 부근이다. 이쪽으로 손을 뻗으면 당연히 뒤꿈치에 얼굴을 찍힌다. 발이 자신에게 날아오면 침착하게 손으로 물구나무 서는 사람의 발 뒤꿈치를 잡으면 된다. 간단하고 쉬운 일이다.

물구나무 자세 유지하기

물구나무를 홀로 서는 데 성공했다면 이제 균형을 잘 잡으며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여기선 균형감이 중요하다. 몸무게의 1/3가량을 차지하는 다리 무게를 어느 한쪽 방향으로 쏠리지 않게 균형을 잡아야 한다. 이걸 잘하려면 머리를 잘 써야 한다. 지식이나 지혜를 발휘하라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머리 자체를 잘 써야 한다. 다리가 몸 뒤로 넘어간다 싶으면 머리를 등쪽으로 젖힌다. 고개를 끄덕이듯이 젖히지 말고 목선을 타고 가슴과 배 근육을 얼굴로 잡아당긴다는 기분으로 고개를 등 뒤로 젖힌다. 무게가 어깨에서 날개죽지 쪽으로 실리면서 다리가 뒤로 넘어가는 걸 막을 수 있다. 반대로 다리가 앞으로 쏟아져서 착지하려 한다면? 이때는 허리 근육과 배 근육 힘이 필요하다. 조금이라도 다리가 앞으로 넘어지려 하면 허리 근육과 배 근육으로 다리를 뒤로 넘겨야 한다. 그러면서 땅에 닿아있는 손목 부근의 손바닥으로 땅을 밀어내듯이 팔꿈치 아래로 힘을 보내자. 꽤 쉽다.

물구나무서기에 익숙지 않은 사람은 다리가 뒤로 넘어갈 때 너무 무리하게 머리만 쓰려는 경향이 있다. 손아귀와 어깨 힘이 어지간히 강하지 않으면 넘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버틸 수 없다! 싶으면 과감하게 손을 내디뎌 한걸음 걸으면 그만이다. 물구나무선 채로 걷는 것이 대단히 힘든 것 같지만, 물구나무선 채 가만히 서 있는 것이 훨씬 더 힘들다.

안전하게 착지하기

머리를 쓰지 못해 다리가 뒤로 넘어가고 있는데 이때 미처 걸어가지 못해서 뒤로 넘어질 상황을 대비해 안전하게 넘어지는 방법을 알아보자. 뒤로 넘어질 것 같다면 머리를 몸 앞으로 당기고, 최대한 무릎을 몸 앞으로 당기며 윗몸을 동그랗게 말자. 그리고 팔꿈치에 힘을 빼며 부드럽게 굽히면 등줄기를 타고 스르륵 착지할 수 있다. 전혀 아프지 않다. 문제는 이 움직임이 몸에 익지 않는 경우인데, 이때에도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착지하는 방법이 있다. 넘어질 때 무릎을 굽히고 발바닥이 땅에 먼저 닿게 하는 것이다. 머리를 앞으로 당겨주고 다리를 오히려 몸 뒤로 더 내밀어 허리와 목, 머리를 보호하는 것이다. 골반에 약간 충격이 오지만 다치진 않는다.

마치며

다음 글에서는 팔꿈치로 물구나무를 서는 방법을 알아보자. 요가를 배우면 고급 동작을 배울 때 하게 되는 그 자세이다. 손바닥으로 서는 것보다 훨씬 쉬우니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